미국서 가장 뜨는 새 IT 비즈니스 와이어리스 헬스 |
- 블루투스 활용 당뇨병 체크 초음파 사운드로 신체 내부 한눈에 - 전화로 혈당 체그하는 ‘텔레케어’ - IT전문가들 유망 업종 1순위로 의료 분야 꼽아 - 업계 워싱턴서 회의 갖고 FDA에 인허가 촉구
▲ 미국 텔레케어의 혈당 체크기
2016년 5월 어느날, 미국 워싱턴의 CVS 약국. 옛날 같으면 혈압계가 놓여있던 자리에 아이패드 크기의 터치형 혈액 체크기가 설치돼 있다. 신상정보를 기입한 뒤, 혈액 체크기에 달린 압력 주사를 손가락이나 귀 밑에 놓는다. 고통이 전혀 없다. 피가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로 혈액을 미세하게 검출한다. 3분 정도 기다리자 50여개 각종 건강 관련 지수가 액정화면에 뜬다. 당뇨는 기본이고 콜레스테롤, 심폐 기능, 간의 건강 정도, 혈관의 노쇠화 정도를 알려주는 지수들이 나타난다.
터치형 혈액 체크기에는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무선 건강(Wireless Health)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 문자가 다시 뜬다. ‘무선 건강번호가 없는 사람’이란 곳을 누르자, 곧바로 10여개의 의료 컨설팅 회사 리스트가 나타난다. 모두 CVS가 보증하는 저렴하고 확실한 곳이란 선전 문구를 달고 있다. 그중 ‘100세 이상 고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한 컨설팅 회사를 선택했다. 서비스 내용과 거기에 따른 가격 리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폰 가입 계약서처럼 ‘기본은 얼마, 특별 서비스를 추가하면 얼마 더’라는 식의 안내서이다.
고혈압 지수가 마음에 걸려 콜레스테롤에 관한 부분을 살펴봤다. 한 달 기본 요금이 100달러, 다른 서비스를 추가할 경우 50달러씩 올라간다는 조건이다. 추가 서비스 중에는 고혈압으로 쓰러질 경우 제공되는 ‘10분 내 도착 구급차’도 포함돼 있다. 콜레스테롤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골드 멤버 한 달 서비스 비용을 아버지날에 맞춰 특별히 500달러에 제공한다는 선전 문구도 눈에 들어온다.
골드 멤버의 서비스 내용을 자세히 보려는 순간, 약사로부터 “약을 가져가라”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서면서 혈액 체크기에 남은 개인정보를 전부 없애려 하자 “관련 정보를 어디로 보낼까요”라는 글이 뜬다. 이메일 주소를 말하자마자 아이폰으로 이메일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약 타는 동안 기다린 7분 간 벌어진 상황이다.
5년 후 미국 CVS 약국 내부의 모습을 전망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IT 비즈니스 영역으로 가장 유망한 곳, 다시 말해 돈이 되는 곳을 손꼽으라면 IT 전문가 대부분이 의료 분야를 꼽는다. 선진국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 동시에, 장수와 건강에 관심을 갖고 기꺼이 돈을 내려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IT 기술과 비즈니스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분야가 의료 부문이다.
건강과 관련된 IT 비즈니스는 현재 ‘헬스(Health) 2.0’ ‘와이어리스 헬스(Wireless Health)’ ‘모바일 메디컬(Mobile Medical)’ ‘텔레헬스(Telehealth)’로 불리고 있다. 어떤 분야에 주목하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비즈니스’로 압축될 수 있다.
와이어리스 헬스(이하 WH)는 의료 데이터를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 상업화하는가에 가장 주목하는 용어이다. 2~3년 전부터 등장한 WH는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일상화되면서 주목받는 말이기도 하다. 건강 문제를 무선 모바일을 통해 풀어나가는 비즈니스라 볼 수 있다. WH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유전자 산업의 발달과 IT 혁명에 힘입어 5년 내에 혈액 한 방울로 500가지의 건강지표를 알아낼 수가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6년이면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개인용 휴대 혈액 체크기만으로 이런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4월 말, 워싱턴의 레이건빌딩에서는 WH업자와 식품의약국(FDA) 관리가 참석한 연석회의가 열렸다. 참가자는 500명 정도로, WH업자 대부분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란 점이 특이했다. 보통 미국 내 IT 관련 회의에 가보면 참가자들의 연령이 평균 30대 이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50대 참석자들은 이미 수십 년간 의료 분야에 종사해온 사람들이었다. 이미 은퇴했지만 직접 메스를 잡아본 메디컬 닥터도 적지 않았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왜 FDA(식품의약국)가 WH 디바이스에 관한 인허가를 빨리 안해주는가”로 압축될 수 있었다. WH 비즈니스 붐이 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WH 디바이스에 관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FDA가 업계의 사정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이 시종일관 회의장을 지배했다.
FDA는 원래 약이나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관한 의학적 인허가 심사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WH 디바이스가 인허가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어느 부서에서, 누가 담당해야 할지를 놓고 혼선을 빚게 됐고 FDA의 ‘길고도 긴 행정 프로세스’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날 블루투스를 활용한 당뇨병 체크기를 개발한 업체는 “FDA를 통해 허가를 받기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면서 “WH 비즈니스의 최대 장벽은 바로 FDA”라고까지 비난했다. 연사로 나온 FDA 관리가 땀을 뻘뻘 흘린 것은 물론이다.
이날 회의장 주변에는 이미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WH 디바이스들도 선을 보였다. 특히 초음파 사운드를 이용해 신체 내부를 비디오로 살필 수 있는 모비샌트(MobiSante·www.mobisante.com)사 제품과, 혈당을 간단히 체크하는 텔레케어(Telecare·www.telcare.com)사 제품이 가장 주목받았다. WH 비즈니스의 꽃으로 등장할 유전자 체크기, 혈액 체크기와 관련해 참가자들은 “이들 개인용 포터블 기기의 가격이 5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WH 비즈니스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된 WH의 아이디어는 사실 간단하다. 직접 의료기관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무선 단말기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건강을 관리한다는 발상이다. 당뇨병이나 혈압 등은 이미 WH가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예컨대 당뇨병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당뇨병 체크기를 공짜로 하나 보낸다. 바늘로 피를 찔러 혈당의 정도를 체크하면 디지털 수치가 당뇨병 체크기에 기록된다. 식사 후 언제 체크를 했으며, 혈당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기존의 당뇨병 체크기의 기능은 혈당 수치를 알고 본인이 음식을 조절하는 수준에서 끝난다. 하지만 WH의 경우 디지털 자료화된 당뇨 병력을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통해 자신의 의료담당 컨설팅회사에 보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당뇨병 체크기의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아이패드에 연결해 의료 컨설턴트에게 보낼 수 있을까? 답은 블루투스이다. 1994년 개발된 근거리 무선통신수단인 블루투스는 최근 3.0 버전으로 발전하면서 비디오와 오디오 파일 전송도 가능해졌다. 초창기 블루투스는 핸즈프리 이어폰을 사용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이해됐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의 가격을 ‘1000달러’ 인상케 하는 고급 옵션의 하나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대부분 미국의 큰 도시는 주행 중 모바일 사용을 금하고 있다. 주행 중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자동차 내에 블루투스 시스템을 설치해, 모바일 전화를 핸즈프리로 사용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자동차 블루투스 시스템을 통해 거꾸로 모바일 내의 오디오나 비디오를 자동차 모니터로 듣고 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근거리 무선통신수단인 블루투스가 WH와 결합하는 것은 간단하다. 당뇨병 체크기에 블루투스 송수신 기능을 달기만 하면, 바로 옆에 있는 아이폰을 통해 의료 컨설턴트에게 곧바로 보낼 수 있게 된다. 당뇨병 체크기에 직접 모바일 통신기능을 달 수도 있겠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때문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당뇨병 체크기가 훨씬 빨리 개발될 것이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건강진단은 당뇨병만이 아니라 혈압, 나아가 초음파를 이용한 장기촬영, 임신상태 확인·관리 등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분야는 이미 블루투스가 활용되고 있는 영역들이다. 유산을 많이 한 임신부가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매일 집에서 진료를 할 수가 있다. 초음파 장기 촬영기기를 무료로 빌린 뒤, 자궁 속 태아의 모습을 찍어 블루투스를 통해 의료 컨설턴트에게 보내 진료를 받는 식이다.
초음파를 이용해 신체 내부를 비디오로 살필 수 있는 모비샌트의 휴대용 기기.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와이어리스 헬스’ 회의에서 선보였다.
IT 전문가들이 WH 비즈니스의 성공을 100% 확신하는 이유 중에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혁명적 IT 환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바로 위치 확인(Location) 비즈니스다. 포스퀘어가 시작한 체크인(Check in) 기능을 통한 땅따먹기식 위치 확인 게임은 위치 추적, 나아가 위치 예상을 포함하는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IT 비즈니스 전 영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아무리 공권력이 구글 본부를 조사하고 아이폰을 공격해도 이미 개개인의 위치는 그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인 대부분은 주말이 되면 할인점에서 10~20%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을 준비한다. 인터넷에 들어가 자신의 소재를 밝히면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집 근처 식품점이 나온다. 쿠폰을 인쇄하거나, 전화기로 바코드의 사진을 찍어 식품점에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싼 가격을 제공하는 쿠폰에 고마워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미 자신의 집과 자주 가는 가게, 자주 구입하는 물건을 통해 개개인의 위치 정보와 동선(動線)이 쿠폰 제공회사에 전부 남게 된다는 점에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소송을 걸 수도 있겠지만 100% 지게 돼 있다. 쿠폰을 얻는 과정에서 위치 추적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 사이트 어딘가에 작은 글씨로 숨어있기 때문이다.
위치 확인, 추적, 예상은 일반적으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부정적 측면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의외로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려서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바로 실버(Silver) 세대이다. 언제 어디에서 위기상황을 맞을지 모르는 90대 할머니의 경우 호흡 곤란을 느끼는 즉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야만 한다. WH는 그같은 일들을 대신한다. WH를 통해 평소 건강 체크를 하면서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아이폰을 통한 위치 정보에 기초해 ‘그림자 수행’ 서비스를 받는 식이다. 위기 상황이 올 경우, 근처 병원으로 신속하게 연락을 해서 진료를 받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평소 WH를 통해 수집한 디지털 병력(病歷)을 병원으로 보내서 환자의 치료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게 된다. 노부모를 모신 자식 입장에서 한 달에 500달러 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비상 응급 의료체제를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블루투스와 결합된 WH 비즈니스는 국경도 넘어가게 된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고 블루투스 시설과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세상 어디에서도 WH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인도에 가서 고혈압으로 쓰러질 경우, 과연 어디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진료 수준은 믿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갖고 있는 평소의 심장질환 정보를 인도 의사들이 고려는 할 것인가? 미국 보스턴에 본부를 둔 WH 컨설팅 회사는 그같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IT 기반이 탄탄한 한국의 경우, 미국의 WH 컨설팅 회사가 볼 때 가장 공략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다.
WH 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 WH 컨설팅회사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전문 의사, IT 전문가, 보험 관련 전문가, 의료기기 전문가, 데이터 보안 전문가, 법적 소송 전문가 등이 소속된 회사이다. 특이한 점은 미국은 이들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른바 코퍼레이트 매니지먼트(Corporate Management)로, 서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팔면서 이익을 공유하는 체제이다. WH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WH 비즈니스를 지켜주는 컨설턴트들도 IT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WH 비즈니스는 의료 데이터에 관한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 등 아날로그 세상의 법률과 디지털 IT가 서로 타협을 이룬 상태에서만 꽃필 수 있다. 미국 IT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부분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대세는 WH 비즈니스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구글과 아이폰의 위치 추적은 결코 법으로 막을 수가 없다. 산업 전체가 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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