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출사후 과제.
피에타상과 기와집
- 국적 불명의 삼청동 길 -
아들예수의 주검을 안고 비통해 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묘사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그 피에타를 모방한 사이보그 피에타가 한옥 기와너머로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민속박물관을 나와 한옥마을을 가기위해 접어든 삼청동 길은 그렇게 생뚱맞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서양의 문화를 대표하는 피에타, 우리의 문화를 대표하는 한옥..뭐지 이 기묘한 조합은..하고 생각한 그때 바로 옆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한옥 담장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사진 한복아가씨 >
아, 여기가 한옥마을 가는 길이 맞지..혼잣말을 하며 몇 걸음을 옮기자 페인트칠을 한 자동차와 벌거벗은 남녀의 에로틱한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을 걷고 있는 착각에 다시 빠졌다.
<사진 에로틱 조각상 >
조금 더 걷자 이번에는 북극곰이 손짓하고 어느 나라 여인인지 가늠도 어려운 여자상이 꽃을 들고 서있다. 그러고 보니 상점들의 간판도 상점들의 외관도 어느 나라 거리인지 모르게 혼란스럽다.
<사진 상점 >
그래서일까 가로등에 꽂혀있는 태극기와 이탈리아 식당위로 보이는 코리아라고 크게 써진 목욕탕 굴뚝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사진 목욕탕굴뚝 >
더구나 토요일이라 골목을 막고 서 있는 전경들과 거리를 메우고 있는 전경버스들이 마음을 더욱 아리게 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오고가는 이 길에서 우리는 지금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 있는 걸까?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걷고 있는 국적불명의 삼청동 거리를 함께 걸으며 얼마 전 다녀왔던 일본 교토의 아라시야마 거리가 생각났다. 일본 전통 옷 유카타를 입은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하나가 되던 그 거리, 가로등마다 일장기는 없었지만 너무나 일본적이었던 그 거리가 그리워졌다.
삼청동 길에서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좁은 골목을 마주하고 한옥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는 북촌 한옥마을.
<사진 한옥마을 >
전통한옥의 아름다움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 건 정체성 없는 삼청동 길 때문이었을까?